덕질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오늘 기분은 어떠신가 유심히 살핀다. 어제보다 미묘하게 조금 더 차오른 듯한 볼살에 기분이 좋아진다. 고심해 샀던 머리핀 중에서, 내복과 어울리는 색을 신중히 골라 꽂아준다. 아침부터 사진첩이 또 가득 차고 있다.

무언가에 꽂혀 '덕질'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고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매사 호불호가 강하지 않은 편인 나는 무언가에 그렇게 꽂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물건을 모으거나 기록하는 건 더욱이 안 맞았고. 한 대상에 열렬히 마음을 쏟아붓는 일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중학교 때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은 있었지만 딱 그 시절 정도였다. 굳이 따지자면 남편이 내 덕질 대상에 가까웠을까?

그랬던 내가 이제는 덕질 중의 덕질 중이다. 대상은 나의 아기. 작고 귀여운 우리 딸은, 태어나자마자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당연하게 내 마음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하루 종일 붙어있던 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자기 전에 오늘 찍은 사진을 남편과 함께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떤 표정을 지었고, 어떤 귀여운 목소리를 새로 냈는지 피곤한 눈을 비비며 기어코 떠든다. 즐겨보는 육아 만화에 누군가 남긴 댓글이 인상 깊게 남았다. '내가 키우는 나의 최애'라는 표현이었다. 귀여운 말이다. 공감도 가고 그 안에서 뿌듯함도 느껴진다. 나는 오늘도 나의 최애를 잘 키워냈다.

너무 일찍 스케줄을 시작하시는 탓에 가끔 따라가기 버거울 때도 있지만, 해사한 그 미소 한 번에 또다시 열성팬의 자세로 돌아가게 된다. 가끔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나의 최애. 그럼에도 매번 새롭게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마음에 빈 공간이 하나도 없도록 가득가득 채워 넣고 싶다.

p.s.

감기에 잘 안 걸리는 편이라 자부했건만, 피곤함 앞에 별 수 없더라고요. 독감도 코로나도 아닌 고작 코감기에 한참 골골거렸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사랑 가득한 명절 맞으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