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집에서 거리가 좀 있는 곳으로 직장을 다니게 되었어. 멀어진 거리만큼 몸이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평일에 출퇴근으로 보내는 시간을 생각하면 주말은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런데다 요즘은 휴가철이다 보니 가이드 일이 많기도 해서 주말마다 투어도 꾸준히 하고 있어. 주변에서 주말에도 일하려니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나한테 이 가이드 일은 일이라기보다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쉬는 시간에 가까워.

먼 한국에서 네덜란드, 그중에서도 한적한 작은 마을인 델프트에 올 마음을 먹고, 투어를 신청할 정도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나와 통하는 관심사가 많은 편이라, 나에게 투어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거운 수다를 떨며 산책하는 시간 같이 느껴져. 그런데다 최근에 느끼게 된 투어일의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누군가의 가장 좋은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야.  

평상시 일상에서는 뜻대로 안 되는 일도 많고, 몸도 마음도 지치고 하니, 의도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좀 날 선 태도로 대하게 될 때가 많잖아. 나의 상태가 내가 남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더라고. 근데 여유로운 장소로의 여행, 특히 나의 짧은 반나절 투어에 오는 사람들은 확실히 생기와 친절함이 넘쳐. 여행을 왔다는 즐거움, 좋은 기억을 많이 안고 가고 싶다는 기대와 시간적ˑ정신적 여유가 가득해서 그들이 내뿜는 행복이 반짝반짝 눈에 보이는 정도랄까. 같이 여행 온 일행끼리도 사랑이 넘치고, 나에게도 그 따사로움을 잔뜩 나누어 주고 가니 어떻게 이 일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정말 신기하게도 투어에 항상 친절한 사람들만 온다고 생각했어. 근데 곧 1년이 되는 요즘 돌아보니, 물론 원래도 좋은 사람들이겠지만, 나는 그 사람들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아왔겠구나 싶어서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에 이 흔치 않은 경험에 대해 이렇게 편지에 담게 되었네. 

주말에 충전한 인류애를 평일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며 살자고 다짐하는데, 수요일쯤 되면 벌써 그런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둔 나를 발견해. 그래도 잠깐이라도 사람들의 반짝이는 순간을 본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 은근히 마음속에 스며들어서, 내가 누군가를 대할 때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여유롭게 만든다고 느끼거든. 일상은 여전히 정신없이 바쁘고, 나도 지쳐있을 때가 더 많지만, 한 번씩 나눠 받는 그 따스함이 조금씩 나를 움직인다면, 언젠가 수요일의 나도 누군가에게 가장 좋은 모습의 나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에 비행기에서 우연히 발견한 노래(왜 비행기 스크린에 영화 말고 노래 페이지도 있잖아요. 내리기 직전에 지루해서 처음으로 몇 곡 눌러봤다가 딱 발견했어요!)에 꽂혀서 요즘 출근길을 함께 하고 있는 가수를 소개하고 싶어요. 폴란드의 젊은 래퍼인 Szczyl(스췰)이라는 사람인데 제가 꽂힌 노래는 Hiphopkryta이고요, 하나 더 추천한다면 이 노래 영상이 너무 취향이랄까요. 일할 때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부르는 노래를 좋아해서 그런지 딱이라 정말 열심히 스트리밍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노래나 영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