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혹시 유독 ‘이 사람 참 너무할 정도로 메시지 답장을 안 하네’ 싶은 사람 있어?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아마 그런 사람일 거야.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11년간 이어진 나의 고질적인 악습인데, 이런 문제로 놓쳐버린 소중한 인연이 너무 많아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어. 이렇게 당신에게 반성의 편지를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고쳐 나가보려고!

믿기 어렵겠지만 내가 6년째 메신저앱 프로필 사진은 물론, 그 어디에도 내 근황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이유는, 당신에게 내 마음과 소식을 한 자 한 자 정성껏 적어 직접 알리고 싶어서야. 답장도 안 해놓고는, 무슨 '당신 없이도 내가 이렇게 잘 산다'도 아니고, 소셜미디어로 대충 흘리듯 내 이야기를 알려서 당신을 서운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럼, 대체 이런 마음을 가지고도 왜 답장을 보내지 않는 건지 내가 답답하지? 나도 나를 알 수 없어서 왜 이러는 걸까 생각해 봤어.

일단, 내가 스스로 온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나의 삶과 불확실한 나의 미래에 대해 알리고 싶지 않아서, '상황이 더 나아지고 명확한 길이 보이게 되면 연락해야지' 하며 미루게 되었던 것 같아.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석사과정도, 길었던 취업의 여정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생활도, 지나고 나면 뭐가 그리 걱정이었나 싶지만, 그 과정 중에는 굳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달까.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기까지 나 스스로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지 싶어. 지금도 여전히 고민 중이고 말이야.

그렇게 답장을 안 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도 묻고 싶은 것도 쌓이고 쌓여, 어디서부터 어떻게 적어 내려가야 할지 몰라, 마음에 부담이 너무 커져 버렸지 뭐야. 답장하자고 마음을 먹고 앉아도, 많은 고민과 변화를 겪은 나의 20대 중후반 시절을 어떻게 잘 요약하여 적을 수 있을지, 만만치 않게 많은 일을 겪었을 당신에게 내가 어디까지 물어도 되는지 쓰고 지우고, 고민만 반복하다 이내 또 미루곤 했어.

그러다가,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나를 잊지는 않았을지, 너무 오래 연락 없던 나에게 질려 안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되어 더 망설이게 되었던 것 같아. 나는 매일 카카오톡을 켤 때마다 내가 답장하지 않은 당신의 메시지를 봐서, 나에게는 당신의 연락을 받은 게 엊그제같이 느껴지곤 하지만, 당신에게는 지난 몇 달, 혹은 몇 년이 답장 없는 나를 걱정하고, 원망하다가, 이내 잊어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었거든. 

긴 변명이지? 말하자면, 내 인생에 대해서도, 당신에 대한 내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과 고민이 너무 많아서 글로 조리 있게 적어 보내기에는, 마음에 여유가 부족했다는 그런 이야기야. 게다가 내 마음이 편해지거든 당신에게 연락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마저 있다는 말이고. 답장하지 않는 모든 이가 다 나 같은 이유를 가진 건 아니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이 사람에게는 우리의 인연이 별것 아니었나 봐’나 ‘나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나 봐’가 아닐 수 있다는 그런 말을 꼭 하고 싶었어. 그리고 소중한 당신을 속상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