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핑크빛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원래도 분홍빛이었지만 최근 몇 가지 사건들로

더욱 짙은 la Vie en Rose가 되었어요.

Midnight sun

몇 달 전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던 친구가 제가 딱 떠오르는 엽서를 발견했다며 주소를 물어왔어요. 막연히 예쁜 풍경이겠거니 했는데, 최근에 편지를 받아 뜯어보니 글쎄 아이슬란드의 Midnight Sun 색이 배달 와있는 거예요! 직전 주말에 모교 졸업 전시회를 본 후 저의 졸전 브랜드였던 팬톤에 대해 추억과 애정이 새록새록 다시 샘 솟고 있던 터라 의미가 남달랐어요. 이 엽서를 보고 제가 생각난 이유와 그 이유를 아이슬란드에 연결 짓는 편지의 내용도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감동이었죠. 아직은 하얀 제 방 벽 한편에 영광스런 핑크빛 얼룩으로 붙여두었습니다. 💄

Winter clothes for my earpods

집에만 두면 제가 분리불안이 생길 수 있으니(?)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이어폰에도 분홍빛 겨울옷을 입혀주었어요. 어제 퇴근 후 지인이 보내온 릴스 하나에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 다이소로 향했어요. 이어폰에 입히는 털옷이라니! 꾸미기 민족 대장으로서 참을 수 없죠. 그렇게 좋아하는 색깔 실들을 왕창 사와서 우당탕탕 뜨고 있습니다. 유튜브로 대충 보고 뜨다보니 엉망이지만 또 뭐 그런 게 매력 아니겠어요! 성인이 된 후 뜨개질은 처음인 것 같은데, 아마 한동안은 마지막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

Pink goes good with green!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위키드를 빼고 분홍을 논할 순 없겠죠? 저는 4DX에 이어 돌비 시네마로 2차를 찍고 마무리로 더빙판도 보고 왔어요. 매번 의상을 신경 써서 가는 재미가 쏠쏠했죠. 첫 관람 땐 초록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여서 정석인 핑크 & 그린 룩으로 다녀왔고, 두 번째 나 홀로 관람 땐 글린다의 핑크가 가미된 엘파바의 블랙 룩으로 보고 왔어요. 세 번째엔 아쉽게도 급하게 나가느라 드레스코드를 챙기지 못했네요. 위키드 비교 후기가 궁금하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

p.s. 

지난 수요일, 일어나선 안될 한 사건에 충격받아 긴급 휴재를 했어요. 기다리셨을 분들께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신나게 핑크빛 메일과 희망 가득한 p.s.까지 써두었는데, 차마 그런 암흑 같은 상황에 전송 버튼이 눌러지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작은 불씨들이 모여 빛이 만들어지는 덕분에 조금씩 다시 색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써둔 연말 인사말은 언젠가 다시 전해드릴 날이 오길 바라며, 한강 작가의 최근 노벨상 수상 소감 일부로 올해의 제 포스트는 마무리하겠습니다. “때로는 '희망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근데 요즘은 '희망이 있을 거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모두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