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 밖에도 안에도 봄, 그리고 포스트

얼굴 모르는 이름들에게 📮

2025. 3. 26.

셋이 함께 데이트

우리는 둘 다 본가가 멀어서 부부 둘이서 아기를 키우고 있다. 당연히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니 그러려니 지내다가도, 유난히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으면 싶어지는 날이 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반나절만 아기를 맡기고 싶어지는 날은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싶은 때이다.

아기가 꽤 자라고 우리도 여유가 생기며, 주말에는 각자 시간을 가질 때가 많아졌다. 육아에서 잠시 멀어져 혼자만의 속도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그 시간은 분명한 환기가 된다.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본다. 하지만 배가 불렀는지 이제는 그 아까운 시간에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둘이 노는 게 제일 좋아 10년을 매일 붙어있던 우리에게는, 재밌는 걸 보고 맛있는 걸 먹어도 함께 나눌 서로가 없다는 게 생각보다 더 허전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기는 너무 어렸고 날은 너무나 추웠으니까.

봄이 오고 있다. 꽁꽁 싸매지 않아도 걸어 다닐 수 있는 계절이 왔다. 창밖의 변화와 더불어 집 안에도 봄이 왔다. 육아는 따듯한 계절을 맞았다. 각자 해야만 했던 외출을 세 가족이 함께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아기와 함께 다니기 좋은 공간들을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아기는 백화점 구경을 꽤나 즐기기 시작했다. 혹여나 눈이 부실까 유모차의 차양막을 조금 내려주려 하면 싫어서 칭얼거린다.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부지런히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우리는 그런 아기를 보며 벌써 비싼 취향을 가졌다며 웃는다.

남편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미안해지고는 했었다. 아기에게 온 신경이 쏟을 수밖에 없어서 남편에게는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서로를 돌보기에는 너무나 작고 연약한 아기가 우리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열흘 전쯤 남편은 혼자 영화를 보고 왔는데, 돌아온 그 손에 편지 하나가 들려있었다. 상영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서점에서 편지를 써온 것이었다. 좋아서 방방 신나하다 한 문단에 눈이 계속 멈췄다.

'나에게 신경을 못쓰는 게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가 같이 한곳을 바라보고 힘을 합치는 것도 그만큼 서로에게 사랑을 주는 거라 생각해. 그러니 너무 아쉬울 것도 없고 지금처럼 매일매일 힘내서 우리 세 가족이 사랑하자구.'

그 다정한 말이 새로운 사랑의 방식을 일깨운다. 마주 볼 시간은 줄었지만, 서로를 너무나 닮은 우리 아기를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것이 서로를 사랑하는 일임을. 어떤 일들은 요란하게 보여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 것임을.

봄이 오고 있다. 따듯한 햇빛에 꽃이 피어나듯 우리의 마음을 듬뿍 받으며 아기가 자라난다. 침대를 뒹굴뒹굴하며 자고 온 집안을 기어다닌다. 엄마 아빠가 안 보이면 찾아 나서고 눈이 마주치면 웃는다. 쑥쑥 돋는 우리의 고운 새싹. 셋이 함께 꽃을 피워나가자.

p.s.

아기는 요즘 장난감보다는 집 안 탐색에 관심이 많은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장난감을 들일지 말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 알게 된 귀여운 장난감이 있어요. 이름은 '야리따이호다이' 일본 장난감인데요.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좋아!라는 뜻이래요. 이름에 나와있듯, 엄마 아빠의 안경 잡아당기기, 휴지 뽑기 등 어른들이 하지 못하게 막는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장난감이라네요. 너무 귀엽죠! 귀여운 아기 장난감의 세계. 오늘도 당근을 들락거려봅니다.

+지난 엽서의 답장으로 아기의 200일을 축하해 주었던 이모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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