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그] 메모의 쓸모, 그리고 포스트

얼굴 모르는 이름들에게 📮

2025. 3. 19.

열두 번째 독백

메모를 시작했다. 뜨문뜨문 휘갈겼던 낙서를 제대로 해보기로 했다. 흩어지는 생각들이 아쉬워 붙잡아 보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좋은 메모 앱들이 많아서 적당한 걸 골라 이런저런 메모를 적기 시작했다.

새로운 메모에 중점을 두는 몇 가지 지점이 있다. 하나는 속도.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혹은 특정 행위가 끝나고 바로 이를 기록으로 옮긴다. 가장 현장감 있는 메모를 남기는 것이다. 감상이나 지식을 남길 때는 최대한 간소화해서 정리하고, 내 생각을 덧붙인다. 단순한 입력을 넘어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연습이다.

가장 열심히 기록 중인 건 하루 기록이다. 말 그대로 하루의 기록을 시간별로 간단히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메모는 적는 것만으로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의외로 허공에 낭비하는 시간이 많다는 걸 이 메모를 통해 알게 되었다.

흥미롭게 기록하는 메모가 있다면 공간 감상 기록이다.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부터 시작해 가구나 오브제 같은 디테일들, 주변을 채우는 향과 소리, 그리고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까지. 공간을 오감으로 훑으며 경험하는 감각을 벼리고 있다.

메모의 최종 목표는, 메모를 서로 연결해서 새로운 관점을 얻는 것이다. 나를 거쳐 나온 글자들을 서로 엮어, 보이지 않던 것을 보는 눈을 만드는 것이다. 그 눈으로 내 경계 너머 이야기를 엿보고,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목격하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의 깊이를 더할 테다. 그렇게 새로운 발견을 음미할 거다.

2025.03.19 (수)

이 편지를 마쳤다는 메모를 쓰며, 효그 보냄

p.s.

지금 제가 쓰는 메모 앱은 'Obsidian'인데요. 특징적인 건 메모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정보들이 서로 엮여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집니다. 링크나 소스들을 모아놓는 'Fabric'이란 앱도 활용해 보려고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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