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불안에 대한 콘텐츠를 봤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언제든 잃을 수 있어 불안하다고 한다. 더불어 성공 가능성의 정보를 너무 많이 받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이는 안정성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진다. 결국 변화를 추구하는 가능성과 안정성의 욕망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상태가 된다. 나는 꽤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안정적인 생활과 새로운 도전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줄다리기는 대체로 안정성의 승리이다. 항상 도전을 동경하다가도, 막상 도전할 상황에선 따지고 망설인다. 예컨대 공부가 하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꿈꾸다가도, 당장의 경제력을 선택하는 경우가 그렇다. 물론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이 시합은 끊임없이 다시 시작된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관심사가 넘쳐흘러서 두루두루 손을 대봐야 직성이 풀린다. 문제는 그 모든 것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다른 영역의 디자인을 욕심내다가, 내심 내 분야에서 뒤처질까 봐 지레 겁먹는 식이다. 그렇게 뾰족한 구석을 찾기 힘든 애매한 전문가가 돼버리지 않을지, 고뇌에 빠지고 만다.

이런 생각에 뒤엉킨 채 성격 유형 기반의 진로 컨설팅을 받았다. 다양한 관심사가 많지만 그렇기에 한쪽의 극단에 갈 만큼의 재능은 없을 거라고 했다. 마음이 쓰렸지만 납득가는 진단이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다 해낼 힘을 가졌다고 한다. 한쪽을 선택하거나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으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조화롭게 모두를 추구한다면, 분명 충분히 다 이뤄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머릿속에 일어났던 줄다리기가 사실은 균형 맞추기 게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 단장한 오목공원에 가봤다. 사각형의 뚫려있는 회랑 안 잔디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회랑과 잔디 사이는 낮은 단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어른들은 회랑의 의자에 앉거나 걸으며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적당한 경계와 개방이 안정감과 자유를 모두 건네주고 있었다. 어쩌면 이게 나에게 필요한 균형이자 중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랑의 의자에 앉아 맞이한 바람은 꽤 시원하고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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