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얗고 봉긋한 볼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한껏 부비다보면, 촉촉하다 못해 축축한 아기의 침이 잔뜩 묻기도 한다. 가끔은 한참 올라오고 있는 쌀알 같은 이들로 깨물 때도 있다.

꽤나 세진 힘에 당황하게 만드는 내 눈앞의 쪼그마한 아기 동물. 그래서 나는 기꺼이 엄마 동물이 되어주기로 한다. 매번 새로워지는 옹알이를 뜻은 모를지 언정 함께 내주기도 하고, 여기저기 냄새도 킁킁 맡는다. 온몸을 간지럽히다 힘껏 끌어안아주기도 한다. 그럼 아기는 까르륵 거리며 웃고 나는 신이 나서 더욱 장난을 친다. 똑같은 눈높이에서 기어다니며 잡기 놀이도 한다. 근 삼십 년 만에 네 발로 기어다니고 있다.

아기와의 사랑은 정말이지 동물적이다, 성숙한(또는 그래야 한다는) 어떤 지점을 향해 다듬어나가는 사랑들을 하다 만나게 된 이 사랑은 헐벗은 듯 솔직하다. 내 마음이 상대에게 어떻게 닿을지 고민하거나, 오해받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끌어안고, 걱정하고, 온 힘을 써 돌볼 뿐이다.

순간에 생겨난 마음을 잔뜩 표현해 주면, 아기는 그 사랑을 그대로 듬뿍 머금은 미소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 육아의 고단함은 다시 덮어두고 역시 낳길 잘했다며 하루를 또 그렇게 키워내는 힘을 얻는 것이다. 여과되는 것 없이 단순하고 그래서 참 생생한 사랑이다.

마냥 아기 동물 같던 딸은 신기할 정도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제법 사람스러워진다. 이마 뽀뽀-하고 말하면 이마를 가까이 꽁 부딪혀주고, 커다란 천이나 이불이 있으면 까꿍 놀이를 하듯 가렸다 내렸다 장난도 친다. 자기를 봐달라고 흐, 헤, 하는 짧은 소리로 우리를 부르기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발로 걸어 다닐 테고 아이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도 점점 성숙해질 것이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와 조심스러운 대화를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네발로 아기를 쫓아다니던 일도, 무슨 뜻인 지도 모르는 옹알이를 잔뜩 나누던 이 시간도 아득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아이가 알고 있었으면 한다. 우리 사이에는 가장 투명하고 본능적인 사랑이 항상 연결되어 있다고. 잠이 오면 품을 파고드는 지금의 이 애틋한 모습을 엄마 아빠는 늘 마음에 담아둘 것이라고. 그러니 어른이 되어서도 품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주렴. 이 모든 엽서가 나의 아기 동물을 위한 것임을 느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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