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독백

한 전시에 참여하게 되어 5가지 질문 중 하나에 대한 대답을 시각화 했다. 나는 ‘Q1.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선택했다. 관성적으로 무언가 만들기 쉬운 시기여서 좋은 디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나에게 디자인이란 ‘주제를 해석하고, 맥락을 담아 창작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잘 해내기 위해선 결국 ‘나만의 문법’이 필요하다. 창작에 필요한 전제와 규칙, 일련의 알고리즘이라 볼 수 있다. 나아가 문법은 주제에 대한 해석과 디자인 언어로의 맥락 있는 전환, 그것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도구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태도로 풀이된다. 그렇게 각 항목에 해당하는 관점을 디자인으로 풀어냈고, 하나의 포스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문법을 더 단단하게 완성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해석력과 논리력, 창의성이 필요하다.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영감과 취향을 탐색하고, 새로운 경험과 환경에 뛰어드는 실천은 결국 문법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선 좋은 의도가 필요하다. 내 디자인으로 누군가 기뻐했으면, 흥미로운 질문을 얻었으면, 또 새로운 경험을 겪었으면 하는,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말이다. 그런 영향력이 쌓인다면 내 삶에 의미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 행복과 불행, 기쁨과 고통을 차별 없이 아우를 수 있는 그런.

무엇이든 글과 이미지로 구체화한다는 것은 항상 어렵지만, 되는 순간 그만큼 짙게 새겨진다. 안에서 부글거리는 무언가의 추상을 보이고 읽히고 만져지는 세계로 꺼내고 마는 보람에 오늘도 손을 끄적인다.

2024.10.16 (수)

오늘도 역시나 무언가 만들며, 효그 보냄

p.s. 

앞에서 소개해 드린 5가지 질문이 궁금하시다면? 혹은 나만의 문법을 표현한 포스터를 보고 싶으시다면? 내일모레(18일)부터 시작하는 ORGD 2024 전시 2 《굿 디자이너: 대답》(Good Designer: Answers)에 구경 오세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질문을 고를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네요.